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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인 리더십에세이] 세종이 가르쳐준 ‘인성교육 방법’ ①
no1tv
2016. 4. 12. 10:00
[조병인 리더십에세이]
세종이 가르쳐준 ‘인성교육 방법’ ①
(사) 한국형리더십개발원
세종이 가르쳐준 ‘인성교육 방법’(1)
조병인 경청문화연구소 소장
2015년 초에 「인성교육진흥법」이 탄생되어 같은 해 7월 21일을 기점으로 시행되었다. 이로 인해 교육당국과 전국의 유치원, 초․중․고등학교는 인성교육을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학교 밖에서도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회를 비롯한 수많은 단체들이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인성교육을 실시할 ‘인성교육지도자’들을 양성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증을 받느라 북새통이다.
호사가들이 ‘세계 최초’라고 추켜세우는 「인성교육진흥법」의 요체는,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40여년을 각종 범죄와 형사정책을 연구하고 강의해온 나의 경험에 비춰보면, 인성교육은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인성교육은 말 그대로 사람의 심성(心性)을 바꾸는 일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천성(天性)은 못 바꾼다’, ‘제 버릇 개 못준다’ 같은 속담들처럼, 인성교육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치밀한 준비와 각오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생각하는 인성교육의 시작은 이상적인‘인성교육 모델’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나는 국민 다수가 5천년 역사상 가장 훌륭했던 군왕으로 꼽는 세종의 행적에서 훌륭한 모델이 될 법한 사례가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내가 《세종실록》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찾아낸 인성교육 방법 다섯 가지를 2회로 나누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째,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학생들의 공감ㆍ소통능력과 갈등해결능력 등의 핵심역량을 키워주려면 먼저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봐야 한다. 그리하여 길러줘야 할 인성의 유형과 방법론을 찾아서 맞춤형 교육을 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물두 살 젊은 나이에 군왕이 된 세종은 널리 묻고 두루 찾아다녔고, 신하가 간(諫)하면 반드시 행하고 말을 귀담아들었으며, 물어서 꾀하고 즐겁게 취하였다. 언제나 선입견을 비우고 충언을 따랐으며, 널리 물어서 가운데를 취하였다. 비록 꼴 베는 사람의 말이라도 반드시 들어봐서 말한 바가 옳으면 채택하여 받아들이고, 비록 맞지 않더라도 죄주지 아니하여 아래의 사정을 얻어 알고 자신의 총명을 넓혔다. 천하는 만인의 것이지 임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사소한 일이라도 반드시 대신들과 의논을 거쳐서 격조 있고 섬세하게 정치를 펼쳤다. 뿐만 아니라, 신하들에게도, 일을 정할 때는 장단점을 널리 물어보고, 상세히 묻고 살피어 헤아리도록 명을 내렸다.
세종은 사람들의 말을 단순히 귀담아듣는 ‘傾聽(경청)’을 넘어서 상대방을 공경하며 몰입해서 듣는 ‘敬聽(경청)’을 하였다. 敬의 경지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가슴 깊이 새겨듣는’ 수준을 넘는 곳에 위치한다. 이목구비는 물론이고 영혼까지도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계란을 보고서 안에 병아리가 들었음을 알고, 호수에 떠있는 얼음덩이를 보면서 그것이 물과 하나임을 아는 것이 敬聽이다. 곧,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는 것을 통해 들리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 敬聽이다. 敬聽은 마치 맑은 거울이나 물결 없는 물처럼 고요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이다.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도 갖지 않고 상대방의 말을 들리는 그대로 듣는 것이다.
둘째, 몸소 이행하면서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여덟 가지 핵심 덕목들을 앞장서서 행하는 모범(模範)을 보여야 한다. 먼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세종은 유교의 대표적 경전인 사서삼경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서 왕도정치를 펼쳤다. 따라서 세종이 당연히 힘써 읽었을 《논어》에, “그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고, 그 몸이 바르지 않으면 비록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는 구절이 있다. 이와 더불어 “몸으로 가르치면 따르고, 말로 가르치면 소송을 일으킨다(以身敎者從 以言敎者訟).”는 구절도 보인다.
세종은 《중용》20장에 소개된 ‘정치의 아홉 가지 원칙’을 그대로 따랐다. 자기 수양하기, 어진 사람 존경하기, 어버이와 하나 되기, 신하 공경하기, 백성을 자식처럼 돌보기, 신하를 내 몸처럼 돌보기, 백관(百官)을 오게 하기, 멀리 있는 사람을 부드럽게 대하기, 제후 품어주기 등을 교과서처럼 지키며 백성과 하나가 되어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느끼는 대인 정치의 표본을 보였다. 세종은 평생을 자기수양에 힘쓰면서 자신에게는 야박하면서 남에게는 너그러운 삶을 살았다.
《주역》에 이르기를, “대인은 천지(天地)와 그 움직임을 함께하고, 해와 달과 그 밝음을 함께하며, 사시(四時·춘하추동)와 그 순서를 함께하고, 귀신과 그 길흉을 함께 한다.”하였다. 《맹자》가 제시한 대인상은‘위아래로 천지가 하나 되어 흐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세종의 54년 생애 전반이《주역》과 《맹자》의 경구와 딱 들어맞는다. 비범하고 만능이었던 세종이 옛 성현들의 고귀한 가르침을 만나 격조 높은 선비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제대로 본보인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는 말도 있다. 세상의 모든 게들이 하나 같이 앞으로 가지 않고 옆으로만 가는 것은,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부모 형제나 이웃들이 앞으로 기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 게들이 앞으로 기도록 만들려면 어른 게들이 먼저 앞으로 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다리가 부러지고 허리가 휘는 한이 있어도, 먼저 모범을 보여야지 자식들이 따르는 법인데, 그렇게 본 보이는 게가 한 마리도 없으니 진화가 계속되어도 앞으로 기는 게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사람도 자신이 먼저 곧아야 남을 펴줄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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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2. www.No1times.com]